[부산 여행기] 04. 30. 초량, 오륙도 그리고 광안리

2020. 5. 2. 19:01여행기/2020 Busan


날이 상당히 맑았다. 얼마 전까지는 상당히 쌀쌀한 바람도 불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꽂히는 햇살이 강렬했다.

재킷 안에 반팔을 입고 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차이나 타운이 있다면 항상 들르려고 하는 편이다. 음식이 무난할 뿐 아니라, 내 전공이 동양사라는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량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에는 러시안 아즈부카가 가득한 가게들이 절반은 되어 보일 정도로 규모도 작고 실망스러웠다. 금색 기둥에 기와만 여러 층으로 얹으면 차이나타운이 되는 걸까? 한편으로는 조지아식 힝칼리를 파는 가게가 있어, 연해주에서 들렀던 사치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나마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반대편의 TEXAS STREET는 그야말로 정체성이 없어 보였다. 아즈부카는 물론이거니와 텍사스는커녕 미국 색채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인천, 나가사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작은 규모에 분위기도 그저 그랬다. 다른 차이나 타운과는 다르게 공자, 관운장, 마조 등을 모신 사당이 없을 정도로 작았다.

 

짬뽕에 해물이 많은 것도 좋지만, 홍합이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전체적으로 약간 느끼하고 새우가 따뜻하지 않았다. 다만 군만두 만은 6000원 정도의 가격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초량 전시관은 그저 허전해 보였다. 그 자리에 작은 사당이라도 있으면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기대는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차이나 타운'을 기획한 이들에게, 차이나 타운이란 그저 중국집 몇 개가 모인 거리였던 걸까?

 

 

부산역 옆에 위치한 토요코인에서 체크인.

일본에서도 가본 적 없는 토요코인을 부산에서 방문하게 되다니.

생각보다 방이 깨끗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본 호텔 특유의 분위기의 객실에 담배 냄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층까지 작은 엘리베이터가 다니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3개나 되는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있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객실에 있던 큰 수건에서는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한 오륙도 스카이워크

날이 좋은 날에는 섬 전체가 보인다는 얘기로 유명한 오륙도로 향했다.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 시원하고 파란 하늘 끝으로 수평선이 가로질러 달렸다. 예전에는 파도가 달려와 부서지는 모래사장을 좋아했는데, 암석 해안에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바위에 파도가 부딪쳐 생기는 포말이 그 어느 때보다 멋져 보였다. 다만 카메라로 눈부신 거품을 담을 수 없었던 점이 못내 아쉽긴 하다.

스카이워크에는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했다. 입장료도 없고 바다도 깔끔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멀리 해운대부터 오륙도까지 동해와 남해가 한 자리에서 보였다.

 

스카이워크를 지나 해파랑길로 들어섰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다에 마음이 상쾌해지고, 잡념이 사라졌다.

물론 산책길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코스였다는 점에서 짧은 시일 내에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꼭 산행처럼 느껴진 5km의 코스는 평소에 운동을 피해왔던 내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광안대교와, 이마를 스쳐 지나가는 바닷바람은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광안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까만 바다 위를 수 놓는 광안대교가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