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여행기] Prologue

2019. 7. 29. 23:39여행기/2019 Vladivostok

여행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다른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1. 여행을 시작하며 주의할 점

 

1) 미친듯한 분무기질

연해주의 여름은 비가 굉장히 많이 오는 듯합니다. 여행하는 나흘간 거의 분무기로 뿌리는듯한 비가 왔습니다.

현지인 분들은 거의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시더군요. 흐린 하늘을 계속 보고 있으면 이게 뭔가 싶다가도 가끔씩 보이는 파란 하늘이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2) 언어의 장벽

동아시아의 다른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영어만 구사해도 여러 군데 다니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참 넓다는 걸 알려준 곳입니다. 역무원들이나 박물관 직원분들도 영어를 못하시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여행객이 조금 공부하고 가는 것이 매너라고 생각합니다만,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듣기는 듣더라도 말씀은 러시아어로 계속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Пожалуйста"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вход 입구"나 "выход 출구" 같은 단어들은 알아두시면 어려움이 조금 적을 것 같습니다. 아즈부카 정도는 알고 가시면 그래도 고유 명사 정도는 읽을 수 있습니다! 영어와 비슷한 어원을 가진 단어들이라면 그나마 알아듣기 편하겠죠!

 

3) 호텔 시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위치한 호텔 중에서 리뷰를 살펴보면 6층이 건물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있더군요.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도록 미리 체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운동 삼아 오르내리겠다는 분들은 아메리카노 한 잔 후에 하시면 운동 효과가 조금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묵었던 Жемчужина 젬추지나 호텔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매우 좁은 편이고 치약과 칫솔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챙겨간 덕을 톡톡히 봤죠. 침대는 매우 작은 편이었고 방이 좁긴 했는데 커피 포트와 헤어드라이어는 비치되어 있더라고요. 정말 종 잡을 수가 없습니다.

 

4) 무뚝뚝한 현지인들

 

미군과 함께 2년을 보내면서 외국인들은 늘 스마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선입견이 생긴 차에, 이 분들을 만나니 내가 아시안이라서 이렇게 대하나 싶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매우 무뚝뚝하고 표정 변화가 적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위치한 작은 가게들의 점원들은 상당히 불친절해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나흘 정도를 겪으면서 이런 태도가 공격성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물론 Zuma나 Satsivi같은 큰 가게의 점원들은 매우 친절하고, 모든 현지인이 무뚝뚝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글 리뷰를 살펴보면 발견할 수 있는 부정적인 코멘트의 일부분은 현지인들의 무뚝뚝함에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2. 추천하는 교통편

 

1) 열차

열차는 우리의 친구입니다. 교통체증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정시성이 뛰어날 뿐더러 가격도 저렴하고 쾌적한 경험을 늘 선사해주기 때문이죠. 유난스럽게 열차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은 실제로 열차가 가장 이용하기 편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툠에 위치한 크녜비치 공항에 착륙하게 되면 공항에 연결된 공항철도를 통해 편리하게 시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4인 가족이 1000루블에 시내에서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을 떠나는 막차가 17시 30분인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시내로 향하는 열차 시각표. 참고용으로만 보세요.

 

2) 버스

매우 유명한 그 107번 버스를 타면 저렴한 가격에 시내까지 갈 수 있습니다. 20시 버스를 놓쳤다면 21시 버스는 없고 22시 버스가 있습니다. 저는 19시 50분에 나와서 버스를 탔는데 22시 출발하는 버스였더라고요. 아직까지 어찌된 영문인 지 알 수 없습니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비행편이라면 열차를 이용하기 어려우니 시간표를 잘 확인하시고 버스를 타시기 바랍니다. 한국처럼 버스 표지판 앞에 버스가 서는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매의 눈으로 숫자 107을 잘 포착하시고 타시기 바랍니다!

 

3) 택시

여행의 시작부터 매우 불쾌한 경험을 안겨준 택시입니다.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 앱인 Yandex 택시 앱을 통해 시내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저는 모바일 브라우저도 Yandex를 써왔기 때문에 은근히 호감이 있긴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Maxim을 사용하시더군요. 107번 버스 탑승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한 시간 택시로 이동하고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으면서 Order를 취소하고 한 시간 거리에 3050 루블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제 잘못이긴 한데, 언어가 잘 통하지 않기도 했고, 늦은 시간에 빨리 체크인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주고 보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차량 번호판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네요.

Mayli Manda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프리우스를 몰던 그 택시기사... 가기 전에 들었던 택시의 운전 매너가 무색할 만큼 폰 두 개를 손에 끼고 안전 벨트도 매지 않은 채로 오른손으로만 운전하며 선곡에 열중이었던 그 기사가 정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Vladivostok_Plan.xlsx
1.03MB

여행지와 지도 정보를 간단히 첨부합니다. 혹시나 어떤 여행지가 있는지 찾기 애매하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