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9 Vladivosto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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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여행기] 07.28. 테러리즘 데이
실수로 이른 시간에 설정해 둔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았다. 약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격렬한 알람과 마주하게 됐다. 객실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서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기시길래 무슨일인가 싶어 나가보았더니, 테러리즘이라고 외치시며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하셨다.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 휴대폰만 들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다. 로비로 나가보니 훈련 상황이 아닌듯 심각한 표정의 호텔 직원들이 비가 들이치고 있는 호텔 현관으로 안내해줬다. 경찰관들 표정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는데, 훈련이라고 보고 넘기기에는 옆에서 여러가지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소방관들이 이상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 현관에 서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언어의 장벽은 너무나 높고 견고했다. 심지어 묵었던 호텔에는 ..
2019.08.05 -
[연해주 여행기] 07.27. 파란하늘?
녹슨 펜스부터 금빛 돔 지붕 성당까지 그야말로 여러 면모가 한 장에 담겼다. 바다를 볼 때마다 어디엔가 군함 같아 보이는 회색 철선이 떠 있다. 10년쯤 후에 다시 와 보면 그때는 많은 게 달라져 있을까. 니콜라이 황태자 개선문과 사도 성 안드레아 소성당을 보고 조금 더 동쪽으로 향했다. Svetlanskaya 거리를 따라 가다가 버거 군주가 보이면 다음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 푸니쿨라를 타러 갈 수 있다. 독수리 전망대는 너무나 유명한 장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도로 전망대 찾아가는 길을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데, 이 정도의 명소는 실제로 찾아가 보면 길 찾기가 쉬운 편이다. 사람들 등만 보고 따라가면 되기 때문! 눈치 싸움해가며 사진 찍을 장소를 물색하는 것보다 ..
2019.07.30 -
[연해주 여행기] 07.26. 잿빛 하늘
분무기로 흩뿌리는듯한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흔한 날씨인 듯 행인 중 우산을 든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자연스레 이방인의 눈에도 우산을 든 사람들이 이방인처럼 보였다. 비가 오는 날이 잦아서일까. 첫 목적지인 레닌 동상 앞으로 향했다. 묵었던 젬추지나 호텔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데, 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서 사진을 찍는 곳이기 때문에 지나치기가 오히려 어려운 곳이다. 저 멀리로 커다란 역사(驛舍)가 보이고 그 뒤로 거대한 금각만 대교까지 보인다. 교통량이 많은 곳 같았는데 관광버스까지 가세하니 그야말로 시장바닥을 방불케 한다. 저 먼 남동쪽 부동항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레닌 동상 앞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이 희극인..
2019.07.30 -
[연해주 여행기] 07.25. 시내로의 여정
아침부터 사일런트 힐을 방불케 하는 비와 짙은 안개가 가득한 날씨였기에 그렇게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들은 터라 불안한 마음도 물론 있었다. 샌드위치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체다치즈가 들어간 녀석을 고르리라 굳게 다짐하며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간소한 걸 주셨다. 그리고 처음 영어로 말을 섞은 순간, 생각보다 소통이 잘 안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단단해서 깜짝 놀랐다. 나이드신 분들은 드시기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러시안은 역시 치아마저 강력한 족속인가. 입국 수속 과정에서는 Immigration Card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걱정말고 창구로 가면 유리창에 여행 목적 리스..
2019.07.29 -
[연해주 여행기] Prologue
여행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다른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1. 여행을 시작하며 주의할 점 1) 미친듯한 분무기질 연해주의 여름은 비가 굉장히 많이 오는 듯합니다. 여행하는 나흘간 거의 분무기로 뿌리는듯한 비가 왔습니다. 현지인 분들은 거의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시더군요. 흐린 하늘을 계속 보고 있으면 이게 뭔가 싶다가도 가끔씩 보이는 파란 하늘이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2) 언어의 장벽 동아시아의 다른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영어만 구사해도 여러 군데 다니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참 넓다는 걸 알려준 곳입니다. 역무원들이나 박물관 직원분들도 영어를 못하시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여행객이 조금 공부하고 가는 것이 매너라고 생각합니다만, 발걸음이 조금 무..
2019.07.29